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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클래스 가인(嘉人)에서의 특별한 식사

기사승인 2016.11.20  15: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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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메이드 쿠킹클래스 가인(嘉人)의 요리선생 임영미와의 만남

‘요리란 레시피가 아닌 문화를 담는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식, 양식, 일식, 중식 요리의 특성과 유래를 전하는 요리선생 임영미.

#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선각자들은 말한다. 위대함은 특별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일상의 모든 것을 조금 천천히, 조금 느리게 바라보면 무심코 스친 대상에서 무궁무진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잠재력이자 위대함이라고.

홈메이드 쿠킹클래스 ‘가인(嘉人)’은 일산 동구 마두동 올리브 상가에 위치해 있다. 올리브 상가는 점포수만 298개에 이르는 테마형 상가로 길이만도 160m에 이르는 스트리트형 상가다. 일산 동구 중앙로 이마트 사거리와 지하철 3호선 마두역 사이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쉬웠고, 특히 올리브 상가는 일산 최대 규모의 주차시설(300여대)이 마련돼 있어 주차난을 겪을 일은 절대 없어 보였다. 거기에 더해 올리브(olive)라는 상가명 또한 한번 들어서 쉽게 잊혀 지지 않는 색다른 상호여서 흥미로웠고, 웬지 쿠킹클래스와는 조화가 잘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정면에서부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 장식과, 오밀조밀 공간을 잘 활용하며 디스플레이 해 놓은 갖가지 식기류와 소품들은 보는 이의 눈을 이내 즐겁게 했다. 그레이 톤의 넓은 포슬린 타일과 단정한 느낌의 페인트와 원목 가구가 주를 이루는 주방 앞으로는 넓고 큰 원목 식탁이 놓여 있어 그 곳에 앉으면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전 과정을 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약속 시간이 잘못 전달돼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임영미 선생은 음식을 하며 간간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답하지 않는 재료들과 대화하는 법이 요리 같아요. 상대는 꿋꿋이 절대 입을 여는 법이 없으니 말은 되돌아오고, 어느새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게 되지요. 재료의 이해, 적절한 시즈닝, 불의 세기, 육즙이 퍼지는 시간, 요리사의 경험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맛있게 요리되리라는 믿음이 완벽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을 해요. 재미있지요?” 보통의 여성들보다는 조금 큰 키에 예의 단아하고 조심스런 말투로 음식에 대한 철학을 조근조근 말하는 임영미 선생의 음식은 과연 어떤 맛일까?…. 잠시 후 그녀는 가인의 중앙, 원목의 식탁 위에 고급스럽고 정갈해 보이는 음식을 한 상 차려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들어 보세요.” ‘들어 보세요?’. ‘드셔 보세요.’가 아니라 ‘들어 보세요.’란다. 음식을 소개하는 온갖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결같이 손님이나 제작진에게 음식을 권할 때 ‘드셔 보세요.’라고 쓰는 말이 늘 귀에 거슬렸는데(‘드셔 보세요’는 잘못된 표현이다.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경우, 맨 마지막 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따라서 웃어른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는 ‘드셔 보세요.’ 아니라 ‘들어 보세요.’로 하는 것이 옳다.) 오늘 처음 본 임영미 선생이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있다. 갑자기 그가 만든 음식에 대한 예의와 애정이 느껴진다. “파전부터 들어 보세요.” 겉은 바삭하고 속엔 알싸한 파와 신선한 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파전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는 순간부터, 전복이 들어 있는 깔끔한 닭찜에 이르기 까지, 어느 음식하나 대충 만들어 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깔끔한 맛이다. 재료 선택에서부터 섬세한 조리과정과 디스플레이까지, 거기에 더해 식사예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허투루가 없다. ‘이래서 이곳이 요즘 그렇게 유명한가?… 이러니 임 선생이 잘나가는 것은 아닐까?….’ 음식을 먹는 내내 묻지는 않았지만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요리는 위안이고 나눔이다

우리나이로 마흔 여섯.

임영미 선생은 처음부터 요리 인생을 걸었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꿈꿨을 직업인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요리는 그저 취미였다. 하지만 승무원보다 요리를 할 때 더 즐거웠고, 미처 몰랐던 소질까지 발견하게 된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타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타인의 기대나 요구에 신경 쓰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생각의 끝에서 그녀는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승무원 생활을 과감히 접고 인생의 괘도를 요리로 전격 수정하기에 이른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며칠 간 고민에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결론을 내니 오히려 홀가분하더라구요.” 지금도 그녀는 요리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승무원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승무원 시절 익혔던 ‘F&B서비스(Food and Beverage Service)’와 비행을 하며 접하게 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에 대한 상식은 그의 요리 인생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

그렇게 결심을 굳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服部栄養専門学校)로 유학을 떠난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셨어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고 왜 일본이냐고. 하지만 제가 일본을 선택한 것은 일본 음식이 건강에 좋고 맛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의외로 그 이유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또한 그들은, 자신들만의 건강식 요리를 추구하는 데다 어떤 요리든 세계화 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지요. 잘 아시겠지만 돈가스만 해도 원래 폴란드의 생선튀김을 변형한 것이거든요. 카레라이스나 라면 등 해외에서 들어온 요리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일본 음식의 매력, 거기에 건강함이나 소재를 살린 맛, 시각적 아름다움 등이 저를 그리로 부른 것 같아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녀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오로지 요리 수업과 연습에만 몰두했다.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 노력하는 모습을 학교 측에서도 좋게 봐주셨는지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는 최초로 현지 요리대회에 출전하기도 했고, 일본의 유명 요리프로그램에 어시스트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힘들고 고단했지만 그때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된 건 틀림없구요. 요즘도 지치고 함들 때 가끔씩 그때를 생각해요. 그럼 웬지 모르게 다시 힘이 나곤하지요.”

일본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 입학해 그곳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각종 문화센터와 대학에서의 강의, 방송출연 등을 하며 요리연구가로서, 요리선생으로서, 자신만의 프로필을 완성시켜 나간다.

지금도 강의와 쿠킹클래스 운영 등으로 그녀의 하루는 여전히 숨 가쁘게 돌아간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자신의 삶을 요리와 분리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매일 매일, 어디에 있든, 요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무엇을 만들까?… 어떻게 해야지?… 즐겁고 맛있는 상상이 떠나질 않는 거지요. 운명일까요? 흐흐. 그래서 늘 즐거워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요즘 오랫동안 사귀어 정이 두터운 친구인 요리연구가 박선영(수원과학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과 조교수)과 함께 동남아 요리와 관련된 책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는 태국과 베트남 현지에 가서 자료 조사는 물론, 현지 쿠킹 클래스까지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그 나라의 요리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최근 외식 메뉴 풍속도가 변하고 있어요. 주로 한식과 양식을 즐겨 찾던 소비자들이 세계 각국의 음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죠. 그중에서 특히 향과 풍미가 돋보이는 아시아 음식들이 주목받고 있어요. 외식업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중국, 인도, 등 아시아식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이국적인 식재료로 풍미를 살린 메뉴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남아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알려보고 싶었어요.”

#요리 그리고 생활, 즐거움…가인(嘉人)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만나기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의 구호와 커리큘럼의 문구가 계속 떠올랐다.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면 새로운 맛도 태어나지 않는다. … 요리의 세계에서는 장르를 넘은 퓨전이나 콜라보레이션 된 메뉴가 새로운 맛으로서 차례차례로 태어나고 있다. 창조적인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을 확실히 몸에 익히지 않으면 안된다. 매니지먼트론이나 외식산업론도 커리큘럼에 더하여 보다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몸에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서만 가능한 커리큘럼이다.’

오늘도 누군가와 요리로 소통하며 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요리선생 임영미. ‘가인에서의 수업은 요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 요리가 재밌어지고 쉬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요리에 담긴 열정과 혼이 오롯이 느껴지는 그녀만의 쿠킹클래스 가인(嘉人). 역시 위대함은 특별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만남이었다. 그래서 돌아와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초대해준 임영미 선생님, 선생님의 음식은 누군가에겐 선물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이 됩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녀는 늘 먹는 밥이 보약임을 잘 알고 있다. 음식이 몸의 건강은 물론 정신과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음식이 마음을 나누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그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풍성한 밥상을 준비해 놓고 누군가와의 나눔을 기대한다. 한 남자의 사랑받는 아내로, 두 아이의 든든한 엄마로, 누군가에겐 맛있는 한 끼를 가르쳐주는 세심한 선생님으로, 익숙한 음식과 색다른 음식들이 만나 새로운 요리가 되는 새로운 레시피를 탄생시키는 요리연구가로…, 요리에 대한 영감으로 분주한 하루를 살아가는 요리선생 임영미는 분명 ‘요리를 맛있고 즐겁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의 ‘가인(嘉人)’이었다.

 

그녀의 수업은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요리는 물론 테이블코디에서부터 플레이팅까지. 쿠킹클래스 가인에서의 그녀는 늘 분주하기만 하다.

 

올 3월 오픈을 한 일산동구 마두동 올리브상가에 있는 요리선생 임영미의 홈메이드 쿠킹클래스 ‘가인(嘉人)’

 

 

김세중 논설위원 sjkim@newsinsi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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