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패치워크 가구는 하모니의 미학”

기사승인 2015.11.16  19:23:25

공유
default_news_ad1

- 나무를 닮은 사람, 가구디자이너 송재민의 첫 전시

▲자신의 패치워크 가구는 ‘하모니의 미학’이라고 말하는 가구디자이너 송재민.

[인사이드코리아 김세중 논설위원]

 

남이섬 평화랑에서의 첫 전시

지난 10월 3일 전시를 시작하여 11월 15일 끝난 그의 전시에는 국내외 관람객 2만 여명이 다녀갔다. 물론 연간 외국인 관광객만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고, 주말에는 3만 명 정도, 평일에는 1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남이섬의 화랑(평화랑)에서 열리는 전시였으니 일반 화랑의 전시 관람객과는 수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번 전시는 단독 전시가 아니라 ‘3人 3色展’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 듯 가구디자인의 송재민, 섬유예술의 송지혜, 섬유염색예술의 장혜선 작가가 함께 꾸민 전시였기 때문에 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의 작품은 여러 가지 색상과 소재의 작은 조각을 서로 꿰매 붙이는 작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출발을 했다. 이들 세 작가는 ‘조각을 잇는 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작은 조각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됨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래서 전시회 타이틀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게 하다’는 타동사와, ‘(무엇이)실재로서 존재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 ‘잇다? 있다!展’이라고 했다.

어찌됐던 이번 전시에 쏟아진 일반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전시장을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은 앞 다투어 SNS에 전시장의 풍경과 작가와의 인증샷을 올리기 바빴고, 많은 사람들은 전시장에 찾아와 작품을 구입하겠다고 작가를 조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가구도 아니고, 단순한 색상과 패턴, 그저(?) 심플한 이 가구에 사람들은 왜 그리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일까? …. 그것은 그가 전시장 입구에 걸어 놓은 작가노트와도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회사로

‘나무가 가구가 되듯,

나의 인생도 봄을 지나 여름이었고, 이제 결실의 가을을 맞고 있다. 이 가을의 한 복판에서 내가 만든 가구가 누군가의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작가노트 중 일부)

“내 인생의 계절은 분명 가을입니다. 작품을 떠나서 그 가을의 한복판, 단풍고운 남이섬에서의 전시니 많은 사람들이 모일만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작품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는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무슨 영험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 나이 여순 셋, 처음 전시회를 갖는 나의 용기와 열정에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는 1953년 600여 년간 대한민국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 고도 북촌의 가회동(嘉會洞)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그러나 그가 아주 어렸을 때 가회동을 떠나 청구동 등지로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그는 가회동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또렷하지만은 않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이유도 없이 종로를 비롯해 그 윗동네인 ‘북촌’과 경복궁의 서쪽이라는 ‘서촌’을 자주 찾았다. 북촌은 정독도서관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삼청동길, 오른쪽 옆 가회동길을 타면 한옥마을과 연결된다. 고궁과 민간에서 사용하던 전통 한옥, 거기에 박물관과 전통공예를 다루는 공방 등을 기웃거리며 우리 공예의 여러 얼굴들을 만나는 걸 그는 이유도 없이 즐겨했다고 한다. 더구나 중앙고 앞에 있는 수령 310여년 된 가회동 느티나무(높이 20m, 둘레 4m)를 비롯해 도로와 정독도서관 주변에 있는 아름드리나무들은 늘 그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의 아늑함 같은 것으로 남았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그는 이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제품디자인)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졸업과 동시에 주저 없이 종합가구회사를 지향하는 주)한양목재 개발실(디자인실)에 취업을 하게 된다.

“아마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으로 가구회사에 취업을 한 것은 제가 처음일 겁니다. 다른 친구들은 전공을 살려 제품디자인 쪽으로 갔는데 저는 그냥 나무의 무한한 매력과 실용적 쓰임새가 좋았고, 막연히 가구디자인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발로 그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7년 동안 한양목재에서 근무를 하고, 1983년 창업한 이래 업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한국의 대표 사무가구 전문 브랜드 회사인 주)퍼시스(FURSYS)의 개발부로 자리를 옮겨 디자인 연구실의 과장을 지냈고, 이후 개발부장으로 승진을 하며 근무를 하다가 다시 한번 커스텀 메이드 가구(Custom-made Furniture)를 표방한 주)넵스(NEFS)의 가구디자인 총괄 중역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를 한다. 돌이켜보면 30년 동안 국내 굴지의 가구회사에서 디자인 가구를 만들었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조직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며 대중에 대한 성향 등이 총체적으로 담겨져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때 그는 늘 생각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판매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나만의 ‘작품’을 반드시 만들고 말겠다’고.

“2010년 2월, 이곳 남이섬으로 왔습니다.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가 돌아간 섬은 고요했습니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 숙소에 머물며 패치워크 가구 도면을 그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 작품은 딸아이가 결혼을 할 때 작은 콘솔을 만들어 선물한 콘솔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아내에게도 콘솔 하나를 만들어 줬는데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조금씩 만들던 패치워크 가구가 이제 제법 많아져 전시를 하게 됐고,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 까지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던 2010년 2월, 대학동창이며 지금까지도 절친한 친구인 강우현 현 남이섬 부회장이 성공신화를 선두에서 지휘한 남이섬에 들어왔다. 현재는 재단법인 노래의 섬 사업단장을 맡아 공연과 전시, 남이섬의 유니세프 어린이 친화공원(Unicef Child Friedly Park)인 ‘운치원(雲稚園)’의 관리를 맡아보며 일주일에 한번 숙명여대 디자인과에 강의를 나가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남이섬에서 보내며 틈나는 대로 작품 구상을 하며 지낸다.

 

패치워크 가구의 매력

“패치워크(patchwork)는 패션 용어 중 하나로 색상, 무늬, 소재, 크기, 모양이 다른 작은 천 조각을 서로 꿰메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의류는 물론 쿠션, 모자, 가방 등과 같이 패브릭이 사용되는 모든 아이템이 패치워크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패치워크 기법이 가구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핵심은 여러 가지 목재가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색상, 크기, 나뭇결의 목재를 활용해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 원목 고유의 성질을 이용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멋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색상의 목재를 어떤 모양으로 배열하고 집성하느냐에 따라 패치워크 가구의 세계는 무궁무진해 집니다. 이것이 패치워크 가구의 매력입니다.”

이번 그의 전시 작품들은 하나같이 내추럴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천연 무늬목이 절제된 디자인과 만나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패치워크의 매력은 다양한 패턴과 컬러의 조합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언뜻 봐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하고, 비슷한 느낌을 잘 연결해놓은 것이 의외로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나무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자연스러운 컬러도 좋고,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간결한 실용성만을 강조할 수 있어 무엇보다 제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패치워크 가구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흥분한다.

목재 조각을 붙여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기도 하지만 단순하게 색상 패턴을 표현할 수도 있어 좋다고 그는 말한다. 비슷한 색감의 목재를 골라 교차하면서 붙여나가면 그라데이션(gradation) 효과를 줄 수 있고, 그렇게 하면 가구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어 더 좋다고도 말한다.

집성을 하지 않고 가구의 각 부분에 서로 다른 목재를 사용한 가구도 패치워크 가구의 특징이다. 서랍이 세 개 달린 캐비닛이라면 첫 번째 서랍에는 월넛, 두 번째 서랍에는 오크, 세 번째 서랍에는 메이플을 사용하는 식이다. 목재가 각기 다른 부분을 형성하고 있지만 함께 모였을 때 하모니를 이룬다. 그래서 그는 그의 패치워크 가구를 ‘하모니의 미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의 가구는 진화를 꿈꾼다.

그는 매일아침 눈을 뜨면 습관처럼 하얗게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와 인적 드문 남이섬의 가을 나무들을 오롯이 가슴 속에 담으며 산책을 한다. 그리고 봄과 여름과 가을을 살아낸 남이섬의 나무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전시회 리플렛에 남긴 작가의 말처럼 ‘그냥 나무가 좋았던, 나무를 닮고 싶었던’, 그는 그렇게 아늑한 마음으로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의 이 가을은 내 인생 두 번째 봄을 위한 가을입니다. 지금까지 서툴고 막막함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꽃을 피워내야 하는 첫 번째 봄을 보냈다면, 이젠 경험이 있어 한결 느긋하고 여유로운 두 번 째 봄을 준비할 것입니다. 작품으로서의 가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싫증나지 않는 가구,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에도 세련된 멋을 지닌 가구. 아늑한 감성의 패치워크 가구를 만들어가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이 가을 앞에서 꽃피고 새우는 그의 봄을 준비한다. 그의 패치워크 가구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이 가을과 겨울을 지나 언제나 나무와 함께 자연이 품고 있는 넉넉함에 자연스럽게 감화되어 있을 그의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 밝고 따뜻하게 빛나는 남이섬 평화랑 자신의 패치워크 가구 앞에서 패치워크 가구의 진화를 꿈꾸는 가구 디자이너 송재민.

김세중 논설위원 sjkim@newsinsidekorea.com

<저작권자 © 인사이드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