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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백보드, 새누리당의 부끄러운 민낯

기사승인 2016.02.23  17: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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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배경에 이례적으로 당명과 로고, ‘개혁’이란 슬로건이 모두 사라지고 붉은 배경색만 남았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앞 마이크에 붙어 있던 '경제 먼저', ‘민생먼저’라는 판넬도 모두 사라졌다.

김무성 대표는 22일 최고위회의 후 기자들이 이에 대해 질문하자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확정한 바 있는데 지금 현재 공천관리위원회가 하는 게 별로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마 개혁이란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우선추천 지역 확대 등으로 사실상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친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공천 룰을 놓고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갈등이 깊어진 마당에 개혁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기도 민망하다는 얘기다.

최근까지 회의실 배경에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시지 없는 것도 메시지입니다. 하나가 될 때까지!’라는 글을 올렸다. 조 본부장은 “홍보본부장으로서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당 내홍이 깊어진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야겠다는 의미로 배경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는 ‘보수는 혁신이다’, ‘새누리당의 이름은 혁신입니다’라는 당 대표 슬로건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개혁’은 말 그대로 ‘낡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을 말한다. ‘혁신’또한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김무성 당 대표는 ‘0% 전략공천, 100% 상향식 공천’을 추진해왔다. 김 대표는 이를 끝까지 관철할 태세다. 그는 그것을 ‘공천개혁’이라고 말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6일 "원칙적으로 모든 광역 시·도에서 최소 1~3개까지 우선 추천 지역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17~51개의 선거구에서 '유사 전략 공천' 제도인 우선 추천 제도가 시행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이 위원장이 앞서 밝힌 '저성과자(공천 부적격자) 심사'를 통한 단수 추천 등이 어울려 이루어지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새누리당 후보자가 바로 결정되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공관위 논의가 이처럼 광범위한 전략 공천 지역 확보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사실상의 '김무성식 상향식 공천' 시도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우선 추천과 단수 추천 제도가 '현역 물갈이론'을 등에 업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계)'계의 손쉬운 공천 통로로 활용될 것인지를 두고도 당내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빈 백보드를 앞으로도 한참은 더 바라봐야할지도 모른다. 백보드에 어떤 수사적 문구가 들어가던,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아무런 글씨가 쓰여 있지 않던, 사실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 어차피 그들이 말하는 개혁과 혁신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경판 하나를 놓고 수면 아래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 씁쓸하다. 텅빈 백보드를 보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김세중 논설위원 news-kim@hanmail.net

<저작권자 © 인사이드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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