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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는 삶은 늘 아름답다’

기사승인 2022.05.04  18: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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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찬(洪性燦)의 하루는 늘 길다

 

24시간이 모자란 하루하루, 소중히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국순당 영업본부 홍성찬 차장.

 긴 하루였다.

 거성FOOD가 하남시 미사대로 변에 새로 문을 연 ‘신의주’에서 시작해 삼성동 국순당 빌딩(강남구 봉은사로 641)을 잠시 둘러보고, 소갈비전문점인 역삼동의 ‘우륵’을 거쳐, 그가 처음 캘리그라피로 브랜드 로고를 만들어줬다는 홍대입구역 인근 미쉐린스타 파인다이닝 ‘윤Seoul’과, 그와 오랜 기간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홍학기 대표가 운영하는 전통주 성지 ‘산울림1992’까지…, 그리고 고양시 화정동의 ‘신가네암소설렁탕’에 이어 그가 살고 있는 동네 김포시 고촌읍의 ‘고촌129전집’에 이르러 제법 긴 하루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국순당의 대표영업사원임을 자칭하는 홍성찬(洪性燦·48)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학사장교로 군생활을 마치고 1년여 건설회사를 다니다 경력을 인정받고 국내 전통술 시장의 문을 활짝 연 ‘국순당’에 들어갔다. 올해로 19년째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근무하고 있으니 이직율과 퇴사율이 높은 주류업계 영업직으로서는 꽤 오래(?)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회사의 영업사원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취급하는 자사의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일을 하죠. 이를 위해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업소를 관리하고, 새로 나온 제품을 주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주업무에요. 그러다 보니 자칫 업소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존재가 영업사원인 거죠.”

 그의 말처럼 주류회사 엽업사원은 자칫 업소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존재였을까? 홍차장은 달랐다. 이날 만난 몇몇 업소 대표들과 구매담당자들은 홍차장을 매우 반갑게 맞았고, 입이 닳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메밀냉면과 곰탕과 국밥 전문점인 ‘신의주’의 정흥순 대표는 “이곳에 식당을 차리기 전부터 브랜드 로고를 만들어 주고, 수시로 찾아와 필요한 게 없는지 살펴봐 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몸에 밴 고마운 친구”라말하며,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잘’한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영업사원이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매출을 올려야 하는 사람은 맞지만 일방적으로 거래처에게 도움만 받는 건 아니에요. 지원할 수 있는 건 지원해드리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마인드로 일하다보니 업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거래처 분들과는 더 돈독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의 명함에는 ‘국순당 영업본부/차장’이라 되어 있지만, 이미 SNS에 소개된 것처럼 그는 국순당의 ‘대표영업사원’임을 자처하며 회사인 국순당과, 국순당의 모든 제품 영업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국순당은 1992년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어요. 시판초기 후발업체로서 선발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으로 외곽지역의 업소를 찾아다니며 개별적인 공략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비롯해 업소별 차림표, 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했어요. 특히 업소에 제공되는 판촉물에도 백세주 이미지를 삽입해 백세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넓히는 효과를 지향했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디자인과 캘리그라피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취미살린 재능기부, 캘리그라피

 그는 어떻게 하면 더 근사한 판촉물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때 불현듯 예쁜 손글씨를 써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붓펜을 갖고 다니며 글씨를 써 보여주며 업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그의 글씨를 본 몇몇 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브랜드 로고를 제작해 주며 한층 더 캘리그라피와 가까워졌다고 한다.

 “처음 브랜드 로고를 제작한 곳은 2019년 5월 서교동 ‘윤Seoul’이었어요. 친구이기도 한 김도윤 셰프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윤Seoul이 2022 미슐랭 1스타에 선정된 곳이다 보니 그 인기 탓에 제 글씨를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신거죠. 향후 많은 분들로부터 브랜드 로고 부탁을 받았고, 처음엔 많이 망설이다가 요즘은 가급적이면 다 만들어 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후로 그는 신가네암소설렁탕, 우륵, 영웅해장, 신의주 등의 브랜드 로고와 업체 달력 제작을 위한 글씨를 써나갔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는 캘리그라피 강좌를 개설해 그를 강사로 초빙한 ‘파티부스(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트리스퀘어)에서 일주일에 한번 붓펜을 이용하거나, 코로나 시대의 감성 취미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패드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있다.

 “파티부스는 파티용품은 물론 음악과 관련된 레크레이션 강좌를 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몇몇 지인 분들과 만나 캘리그라피를 함께하고 있어요.‘가르쳐 봄으로써 비로소 자기의 부족함을 알게 되고, 그 부족함을 알게 됨으로써 더욱더 학문에 힘쓰게 될터이니 사실상 가르친다는 것은 배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예기(禮記)의 말씀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며 깨닫고 있는 과정이에요. 하하”

 그는 ’캘리그라피를 하면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문자에 담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처럼 디지털 홍수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좋은 문구를 손으로 쓰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불러오고, 그것들이 모여 심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도 말하며 불쑥 그의 어머니가 중견 서예가시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서예를 해오셨어요. 묵묵히 집중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글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전공한 것도 아니고 서예나 캘리그라피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서예가로 살아오신 어머니 덕분에 익힌 감과, 제 스스로의 감성과 꾸준한 노력이 부족하지만, 오늘의 저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그의 어머니이신 운사(韻紗) 김경자 선생은 지난 2019년 고희 기념 개인전 도록의 서문에 ‘지인들의 축복 속에 고희전을 열게 해준 사랑하는 아들 홍성찬, 딸 윤신, 정민과 소담…’이라 말하며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2003년 10월에 큰 수술을 받으셨어요. 아홉 번에 걸친 독한 항암치료를 받으시면서도 성경의 말씀들을 한 자 한 자, 한 획 한 획 써 내려 가시는 것을 보고 ‘우리 어머니지만 참 대단한 분이시구나!’ 생각을 했죠.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셔서 함께 살며 저와 저의 아이들까지 챙겨주고 계시니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그는 SNS 등에 당당하게 밝힌 것처럼 싱글대디다. 그래서 전 적으로 아이들은 어머니가 키워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큰아들 중3 준명이는 이제 열 여섯살이고, 요즘 주짓수에 빠져 있는 작은 아들 중1 혁준이는 열 네살이다. 한 아이도 아니고 운동 좋아하는 두 손자와 본인까지 챙겨주셔야 하는 어머니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의 힘듦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효도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죠. 하하”

 “인생은 견디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는 그의 좌우명처럼 그는 단 하루도 허투루가 없다.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그래도 늘 생각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어머니가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오래도록 그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이고, 다소 거친(?) 두 아들이 성장해 함께 국순당의 술을 나누며 ‘아빤 말야, 인생의 모든 순간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하며 ‘라떼 서사’를 당당하게 읊어보는 것이다. 그런 아들들에게 ‘넌 할 수 있어’하며 주먹 불끈 쥔 격려보다는 ‘힘들지?’하고 토닥이는 따뜻한 아빠이고 싶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 늘 고민하고 갈등한다고 말한다.

 국순당의 대표영업사원, 자유로운 운필에 창작적 감성이 담겨있는 캘리그라퍼, 소중한 두 아들을 둔 싱글대디,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그는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눈앞의 일에 치여 허둥대지 않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화려할 순 없지만 적어도 후회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만일 내가 예쁜 손글씨를 잘 썼다면 꼭 하나 써서 전하고 싶은 문구가 있었다. ‘당신이 걸어온 지난 날과, 당신이 서 있는 오늘을 응원합니다.’

국순당은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백세주, 국순당 생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등 4개 제품이 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회사에 진열된 효자상품 생막걸리와 함께.
그가 처음으로 브랜드 로고 작업을 한 홍대입구역 인근 미쉐린스타 파인다이닝 '윤Seoul'의 입간판 앞에서.
떨어져서 보면 마치 소의 머리를 닮아보인다는 역삼동 소갈비전문점 ‘우륵’의 브랜드 캘리그라피
국순당이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인 백세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백세주 조선하이볼’을 출시하며 함께 선보인 400mL 하이볼 잔. 로고는 그의 캘리그라피가 채택됐다..
조리복과 앞치마 전문업체 '붓사랑방'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2022 캘리그라피 우리말 달력.

 

김세중 논설위원 new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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